작은 글자 속 큰 약속, 공정한 협력을 위한 약관규제법

우리는 일상에서 수없이 많은 약속을 맺으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사회적 약속들 사이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약관규제법은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약속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법이자, 조직과 조직,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정한 협력 조건을 제시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글 : 에너지정책지원팀 송무영 책임매니저

약관의 개념과 두 얼굴
약관이란 계약 내용을 미리 정형화한 조항의 집합을 말합니다. 대량 거래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여 주는 장점이 있지만, 정보 비대칭과 불공정 위험이라는 그림자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적 특성 때문에 약관은 거래의 편의성을 보장하면서도 동시에 공정한 계약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적 통제가 필수적입니다.

약관규제법의 탄생과 주요 내용
‘약관규제법은 대량 거래의 유용성을 인정하되, 불공정 조항을 무효화하고 경제적 약자의 계약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약관규제법 제정 이유서-

 1980년대 중반 금융·보험·통신 등 대규모 서비스업이 급팽창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이에 표준 약관에 대한 입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독일과 일본의 입법례를 참고해 1986년 약관규제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약관규제법은 양 당사자간 체결되는 표준 계약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불공정하지 않도록 다음의 원칙을 제시합니다.

• 약관은 그 내용이 명확해야 함
• 약관의 내용이 약관을 제안 받은 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지 않아야 함
• 약관은 제안 받은 자가 약관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동의한 경우에만 유효함

법에서 일터로, 공정협력의 기준점
이러한 약관규제법의 취지는 단지 소비자 보호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수행하는 모든 업무에서 공정성과 신뢰에 기반한 협력 구조를 정착시키는 기준점이 됩니다. 업무 계약, 협력사와 거래 조건, 내부 규정 마련, 고객 서비스 약관 등 다양한 실무영역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약관과 유사한 형태의 조건과 규칙을 설정하고 적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법적 준수 차원을 넘어 일방에 불리하지 않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동의한 상태에서 업무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곧 약관규제법의 핵심 원칙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며, 조직의 신뢰 기반을 강화하고 협력 관계를 장기간 건설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공정한 약속과 지속가능한 협력
단순한 법 준수를 넘어 우리는 매일의 업무에서 작은 문구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내용을 검토하고 의견을 사전에 공유·조율함으로써 ‘공정한 약속’을 통해 ‘지속가능한 협력’을 실현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약관규제법이 강조하는 공정성과 투명성은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건강한 협업의 밑바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