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서 연결되는 천문학

우주는 모두에게 열려 있고, 천문학은 혼자의 지식이 아닌 모두의 연결로 완성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협력과 공유로 빚어지는 천문학을 이야기합니다.

하와이 마우나케아 4,200m 산꼭대기에 있는 8m 제미니-북천문대. 제미니-남천문대는 칠레에 있다. 제미니천문대는 우리나라를 포함 6개국이 공동 운영 중이다.

열려 있는 천문학
천문학만큼 개방적인 학문은 드물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나 허블우주망원경(HST)과 같은 세계 최고 천체망원경으로 얻는 자료는 관측과 동시에 공개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접할 수 있다.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으며, 만약 좋은 연구 주제를 제시하면 쉽진 않지만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케플러우주망원경(Kepler)으로 태양계 밖 다른 별에서 5,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찾았는데, 관측 자료를 일반 공개하자 새로운 외계행성이 또 발견되기도 하였다.

영역 확장과 소통
종종 우리나라 천문학 수준을 묻는 사람을 만난다. 천문학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질문이다. 천문학 연구자는 전 세계 천문대의 문을 두드리고, 관측 제안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연구 영역을 넓혀가기 위해 많은 천문학자와 소통해야 한다. 천문학은 물론 대부분의 연구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나라의 관측 장비를 이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우리도 25m 거대마젤란망원경(GMT)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망원경이 완성되기 전까지 8m 대형망원경이나 세계 최고의 전파망원경인 ALMA 전파망원경의 운영에도 참여하고 관측 시간을 확보해 사용 중이다. 우리가 가진 것이 많아야 교류하기 용이하다.

공유를 통해 더 큰 천문학으로
오래 전, 방대한 관측 자료의 쓰나미를 마주한 천문학자를 묘사한 만화 한 컷이 떠돌았다. 천문학자는 집어삼킬 듯 몰려오는 거대한 데이터의 파도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마주 서 있었다. 이미 그 쓰나미가 덮치고 난 시기지만, 천문학자는 동요하지 않고 잘 나아가고 있다. 소통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천문학. 관련 자료를 모두가 공유하여 더 큰 천문학을 연구한다.

우주의 소통을 알아가며, 인간의 삶을 성찰
별은 혼자보다 두 개 이상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별은 여러 행성과 위성, 소행성, 혜성 등 복잡한 구성을 가진다. 별을 수천억 개 또는 수조 개 이상 지닌 은하도 다른 은하와 충돌하거나 작은 은하를 집어삼켜서 더 큰 은하로 진화한다. 그 과정에 새로운 별을 만들기도 하며, 거대한 은하의 형태가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거대한 은하단에 속한 은하는 자체로도 존재의 의미가 있지만 전체로서 또 다른 존재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은하단의 형태로 우주가 구성되어 있다. 은하단이 수세미처럼 생긴 띠 구조를 이루고 있고, 사이 사이에 보이는 검은 공동을 지닌다. 이런 우주에 속한 천체는 어느 하나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서로 영향을 받고 있다. 비슷하게 천문학자는 매일 숫자와 소통하는 것 같지만, 사람과 소통으로 더 많은 발전을 이룬다. 천문학은 우주의 소통을 알아가면서, 결국 인간의 삶을 돌아보는 학문이다.

천문학자 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이학박사.
보현산천문대장을 역임했다.
<천문대의 시간 천문학자의 하늘>을 집필했다.
새로운 소행성 120개를 발견했으며,
천문학의 저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